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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식탁

맛 복이 한스푼, 바다의 금,소금

by 맛복이 한 스푼, 도시의 맛 2026. 5. 11.

책속의 식탁 

바다의 금,소금
바람과 햇볕과 갯벌이 함께 만드는 한 줌의 결정. 소금은 한국 식탁의 시간을 지키는 가장 오래된 손이다..
한국의 밥상은 소금에서 시작된다. 김치도, 장도, 젓갈도 모두 소금이 있어야 했다. 미생물이 음식을 알맞게 익혀 가는 그 긴 숙성의 시간 동안, 소금은 부패와 변질을 막고 간을 맞추며 음식의 맛을 결정했다. 바다에서 온 한 바람, 물, 햇볕이 모여 한국 발효음식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소금이 된다.  

천일염은 보통 4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생산한다. 바람과 햇볕이 좋아야 하고 땅의 온도도 
올라가야 좋은 소금이 만들어진다. 가장 좋은 소금이 생산되 는 시기는 5월 말에서 6월 초이며 
이때 만든 소금은 식용으로 사용한다. 가을 소금은 쓴맛이 강해 대부분 건축용으로 이용한다.
소금 생산자들은 겨울철에 가장 많은 일을 한다. 농부들이 땅심을 높이기 위해 
논밭을 갈듯 염부들은 염전을 갈아엎고 해주에 퇴적된 펄을 퍼내며 염전 을 수리한다. 
옛날에는 소를 이용했지만 요즘은 경운기나 트랙터를 이용한다. 
염전 정비가 끝나면 겨우내 바닷물을 증발시켜 염도를 높인 물을 많이 만들어 해주에 보관한다. 
땅의 기온이 오르고 따뜻한 남풍이 불기 시작하면 해주에서 물을 꺼내 소금을 만들기 시작한다.


— 글·김준(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슬로피시위원장)


발효의 시간, 소금의 자리

우리나라 발효음식의 대표격은 김치(짠지), 장, 젓갈이다. 발효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생물 활동에 의하여 음식이 알맞게 익어 가는 숙성 시간이 필요하다. 음식물이 완전히 변질되지 않으면서 적당히 숙성하기 위해 첨가하는 조미료가 소금이다.

즉 소금은 음식의 부패와 변질을 막고 간을 맞추는 조미료이므로 발효음식에 필수이다. 발효음식 가운데 소금 소비량이 가장 높은 것은 김치이며, 그다음이 장, 어류 염장 순이다. 바닷물을 가마에 넣어 끓이고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었기에, ‘삶다, 끓이다’라는 뜻의 한자어 자(煮)를 붙여 자염(煮鹽)이라 불렀다.

 

소금의 쓰임은 결국 밥상 위에서 완성된다. 주된 사용은 음식의 간을 맞춘다. 상대적으로 짜게 먹는 문화권에서는 식당에 소금통을 비치해 각자 알아서 간을 맞추도록 두기도 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식욕이 올라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짠 음식은 단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키운다. 한국인이 즐겨 말하는 ‘단짠’은 바로 그 사이에서 나타난 맛이다. 
짠맛을 더 깊게 끌어내는 것은 감칠맛과 신맛이다. 간장에는 소금 못지않은 나트륨이 들어 있지만 아미노산 성분이 풍부해, 낮은 염분 농도에서도 충분한 짠맛을 느끼게 한다. 소금이 한국의 발효를 가능하게 했듯, 발효된 장이 다시 소금의 자리를 부드럽게 잇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