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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식탁

도시의 맛복기 한스푼, 국물의 맛

by 맛복이 한 스푼, 도시의 맛 2026. 5. 10.

책속의 식탁 

국물의 맛
마시는 것과 씹어 먹는 것이 한 그릇에 모이는 국물은 한국 식탁의 가장 오래된 음식이다.

한국의 밥상에는 매 끼니 국물이 오른다. 국, 탕, 찌개, 전골로 이름은 달라도 국물이 그릇에 담긴다. 국물은 오래 끓여 깊이 우려내고,  밥을 말고, 마지막에는 국물까지 후루룩 마신다. 국물은 따로 놓인 한 가지 음식이 아니라, 식탁 위의 모든 것을 이어 준다.

하지만 어느새 국은 한국 식탁에 자주 볼 수 없게 되었다. 아침이면 간단히 빵을 먹거나, 샐러드로 건강식을 챙기고, 점심이면 바쁜 일상에 간편한 음식과 건강을 챙기는 음식들이다. 그러나 한국의 소울푸드 하면 돼지국밥, 순대국밥, 김치찌개를 빼놓을 수 없으며, 미역국, 콩나물국, 소고기묵, 된장국 등 따뜻함과 든든함에 국물이 빠질 수 없다. 

한국의 밥상, 국물 한 그릇
한국인의 밥상에 매끼 빠지지 않고 오르는 것이 국, 탕, 찌개, 전골로 대표되는 국물 음식이다. 
설렁탕·갈비탕·곰탕 같은 ‘탕’, 김치찌개·된장찌개·두부찌개 같은 ‘찌개’, 쇠고기전골·해물전골·곱창전골 같은
 ‘전골’은 한국인이 즐겨 먹는 국물 음식이다.

오래 끓여서 만든 한국의 국물 음식은 원재료의 깊은 맛을 우려내는 데 집중한다. 
한국인은 이렇게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다. 밥을 다 먹은 후에는 국물까지 후루룩후루룩 마신다.


음식의 ‘음(飮)’은 마시는 것이고, ‘식(食)’은 씹어 먹는 것이다. 
한국에서 음식은 반드시 고체식과 유동식을 한데 묶어 생각한다.
 마시는 것과 먹는 것이 동일 선상에 놓이는 것이다.


— 『K-FOOD, 한식의 비밀 둘』


음(飮)과 식(食), 같은 자리

한국어에서 ‘음식’이라는 말 자체에 국물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음(飮)’은 마시는 것, ‘식(食)’은 씹어 먹는 것이다.  이 두 글자가 하나로 묶여 있다. 마시는 것과 먹는 것이 분리되지 않고, 한자리에서 만난다.

같은 한자문화권인 일본은 다르다. 일본에서는 ‘다베모노(食物)’라 하여 마시는 것을 제외한다. 영어의 ‘food’ 또한 음료의 개념을 포함하지 않는다. 서구의 식문화는 고체와 액체를 서로 다르게 분류한다. 그러나 한국의 식탁에서는 이 둘이 한 그릇 안에 담긴다.



국물은 재료의 깊이를 끌어내는 시간이다. 오래 끓이는 동안 재료의 맛은 국물로 옮겨가고, 국물은 다시 밥을 품는다. 건더기와 국물, 밥과 장이 한 숟갈 안에서 만나고, 마지막 한 모금까지 비워질 때 식사는 비로소 끝난다.

한 그릇의 국물 안에는, 마시는 것과 씹는 것 사이의 한국의 오래된 식탁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