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하나의 맛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도시는 계절에 따라, 몸의 상태에 따라, 같은 음식도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한국의 도시를 이해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 한국의 ‘오미(五味)’는 도시가 맛이 어떻게 조화로워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책 속의 식탁

오미,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을 기본으로 다섯가지 맛의 조화를 중시한다. 맛뿐만 아니라 계절의 조화로 봄에는 신맛, 여름에는 쓴맛을 가미하고 가을에는 매운맛, 겨울에는 짠맛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봄에는 추운겨울이 지나 나른해져 비타민섭취로 새콤하게 무친 봄나물이 몸에 좋은 보약이며 너무 더워 입맛이 떨어지는 여름에는 인삼, 당귀, 쑥 같은 약재의 쓴맛으로 몸의 기를 보호하려했으며 가을에는 긴 겨울 준비로 매운맛의 열기로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으려고 했다. 날씨가 건조하고 찬 바람이 부는 겨울엔 체내 수분 증발양이 늘어나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짠맛을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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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조화를 우선으로 차고 더운 두가지 온도의 서양과 다르게 한국은 차고, 덥고, 따뜻하고, 서늘하고, 평온한 다섯가지 한,열, 온, 량, 평을 구분해 맛에 응요했다. 이를 두고 한국은 뜨거운 음식을 먹고도 아, 시원하다 라고 말한다.
한국의 음식은 조화로움으로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면서 어우러지는 것, 공존이다.— 『K FOOD 한식의 비밀』
오미의 겨울 도시 맛

『 K FOOD 한식의비밀 』 에서 말하는 오미는 단순한 맛의 분류가 아니다.
오미는 계절과 몸의 상태를 고려하는 한국의 미각 체계다. 다섯 가지 맛은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삶 속에서 교차하며 조화로움을 만든다. 맛에 대한 것이 아니라 계절과 한식의 아름다움에 대해 근본적으로 말하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맛과 계절의 조화로 '겨울에는 짠맛이 많아야 한다.'라고 정의한다. 겨울은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매운맛으로 열기를 더해 몸에 따뜻한 기운을 불러 넣는 음식을 먹는다. 한국의 겨울은 건조한 바람이 공기를 밀어내고, 해는 짧게 머물어 금새 어둠이 내려 앉는다. 거리는 조용해지고, 식당 안은 따뜻한 온기가 채워지기 시작한다.
겨울에 먹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몸속 깊은 곳까지 온기를 전한다. 김장김치의 짠맛과 매운맛이 어우러진 김치찌개는 추위로 움츠러든 몸을 깨우고, 숙성된 된장의 된장찌개로 채소와 어우러진 깊은 맛이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뜨거운 국물을 머금는 순간, 몸 안에서부터 퍼지는 열기는 추위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뜨끈한 국밥이야말로 겨울에 가장 필요한 음식이다. 뚝배기에 담긴 국밥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추위에 얼어붙은 손끝을 녹이고, 첫 숟가락을 떠 입에 넣는 순간 온몸이 깨어나는 것 같다. 선지국밥의 진한 육수는 철분과 영양을 채워주고, 해장국의 얼큰한 국물은 새벽 찬 공기를 마시고 온 몸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밥알이 국물에 풀어지며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식감은 차가운 도시의 거리를 걸어온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함께 나온 깍두기 한 조각은 입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겨울 국밥 한 그릇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추위와 고단함을 이겨내게 하는 작은 한끼이자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의 쉼표가 된다.
도시에서 마주한 한 음식은 오미와 오색으로 색과 온도가 고르며, 도시마다의 특색으로 채워진다.
도시의 맛은 그렇게 시간의 이야기가 되어 겨울을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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