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식탁
도시의 맛은 의식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제사는 '특별한 날의 행사'가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제사의 기본은 밥, 국, 나물이다. 국밥집, 백반집, 구내식당의 상은 제사의 형식은 아니지만, 그 구조는 한국인의 일상적인 밥상과 깊이 닿아 있다. 그래서 도시의 맛은 오래될수록 익숙하면서도, 익숙할수록 다시 낯설어진다.
한국인의 밥상은 주례 제사상 차림과 닮아 있다.
설날이나 추석에 차리는 유교식 제사상은 일상의 식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사상의 기본 구성은 밥, 탕, 나물이며, 여기에 김치가 더해진다.
조선 후기 『사례편람』에도 김치는 제사 음식의 한 항목으로 기록되어 있다.
설과 추석, 그리고 기일에 차려지는 제사상은 의례 음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매일 먹던 밥상과 잔치상이 겹쳐진 결과다.
— 『우리음식, 광주시립민속박물관』한국의 밥상, 제사와 혼밥
『우리음식』에서 말하는 제사는 죽은 이를 위한 상차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밥을 정리해 온 구조다. 유교식 제사에 오르는 음식은 보통 밥, 탕, 면, 회, 생선, 육고기, 떡, 좌반, 숙채, 생채, 김치, 식해, 포, 과일, 정과 등으로 일상의 반상차림과 비슷하다. 한국은 조상을 살아 있는 존재로 여기며 밥을 중심에 놓고 술과 반찬을 놓인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음식』에서 말하는 식구 인식에서 나타난다. 식구는 부계혈친 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을 근간으로 하여 같은 집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뜻했다. 그러나 가족이 줄어들고 있는 오늘날, 식구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정의될 수 있다.
도시의 식구는 혼밥과 혼술의 형태로 개인화되고 있다. '함께 먹는 공동체'의 의미는 점차 희미해지고, 각자의 시간과 공간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밥을 중심으로 한 한국인의 식문화 구조 자체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식탁에도 밥과 국, 반찬이라는 기본 틀이 남아있는 것이다.
식당에서 종종 TV, 유튜브 등 미디어 매체를 보며 혼밥, 혼술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 식구의 개념으로, 화면 너머의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행위다. 유튜브 먹방 등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같은 것을 공유하는 식구로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이는 물리적 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형태의 '함께 먹기'이며, 전통적 식구 개념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되고 있는 현상이다.
화면 속 인물이 먹는 음식, 그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현대인은 고립감을 해소하고 소속감을 느낀다. 미디어는 단순한 오락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를 연결하는 새로운 밥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현대의 식구 개념은 혈연이나 동거를 넘어, 같은 음식 문화를 공유하고 계승하는 이들로 확장해 해석할 수 있다.
"식구란 함께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밥을 먹는 관계를 뜻한다." 『한국 음식문화사』

제사상처럼 형식은 간소화되더라도, 밥상 앞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적 연결고리는 계속되고 있다. 밥상 앞에 누가 앉아 있는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나누는가가 오늘날 식구의 핵심이다. 그것이 제사상이든, 백반 한 그릇이든, 화면 속 누군가와의 식사든, 밥을 중심으로 한 이 구조는 여전히 우리를 하나로 묶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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