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학5 한 해를 여는 명절 음식, 떡국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병화는 태양이고 오화는 정오의 불길이다. 태양의 기운을 품은 병화와 정오의 불길을 상징하는 오화가 만나는 해라 하니, 가만히 있어도 무엇이든지 하고 싶게 만드는 해이다. 오랜 시간 참고 버텨온 사람들에게도, 어쩐지 좋은 일이 많아질 것 같은 예감이 스친다.붉은 말이라 하면 자연스레 삼국지의 적토마가 떠오른다. 여포를 거쳐 관우에게 간 그 말은 결국 주인을 알아본다. 관우의 붉은 수염과 청룡도를 등에 업고 전장을 달리던 적토마는 충절과 절개의 상징이 되었다. 사람을 베는 이야기보다, 변하지 않는 마음 하나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우리에게도 변치 않는 마음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에도 명절마다 챙겨 먹는 고유한 .. 2026. 2. 5. 다섯 가지 미덕을 담은 한 그릇 오미(五美) 두부탕 다섯 가지 미덕을 담은 한 그릇 오미(五美) 두부탕사람들은 ‘누구나 음식을 먹고 마시지만 그 맛을 제대로 알고 먹는 자는 드물다.’라고 공자가 말했다. 공자의 말처럼 맛에 대해 알고 먹으면 미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음식의 깊이와 풍미를 이해하는 것은 배고픔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이해하고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음미하는 것이다. 옛 사대부들은 두부를 다섯 가지 미덕을 갖춘 오미(五美)로 불렀다. “이것은 맛이 부드럽고 좋음이 일덕(一德)이요, 은은한 향이 이덕(二德), 색과 광택이 아름다운 것이 삼덕(三德)이고 모양이 반듯함이 사덕(四德), 먹기에 간편함이 오덕(五德)이다.”라고 두부를 두고 오미(五美)를 갖춘 음식으로 여겼다. 두부에 담긴 사대부들의 미식은 음식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참된.. 2026. 1. 27. 겨울의 밥상의 바다 향, 장봉도 김 겨울의 밥상의 바다 향, 장봉도 김 겨울이면 더욱 맛있는 ‘바다의 쇠고기’으로 불리는 김은 예전에 자월도, 덕적도, 영흥도, 영종도, 장봉도 등에서 김양식을 했다. 특히 영종·용유도 해안가에서 채취해 말려 먹기도 하였으나 1970년대 말, 영종도와 가까운 섬인 장봉도에서 본격적으로 김 양식이 도입되면서 고품질 지주식 김을 맛 볼 수 있게 되었다. 장봉도 김 양식은 10월에 지주를 설치하고, 보통 12월부터 수확을 시작하여 3월 말이나 4월까지 수확 한다. 첫 번째 나온 김은 얇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수확한 김이 조금 두꺼우며 품질이 좋아 2월말부터 나온 김을 먹으면 맛있는 김을 먹을 수 있다. 장봉도는 조선시대 3대 어장중 하나로, 풍부한 어장 덕분으로 김 양식이 잘되는 곳으로 전통적인 지주식 양식방.. 2026. 1. 11. 영종도의 단맛, 고구마 영종도의 단맛, 고구마10월 중순부터 영종도의 황토밭이 수확으로 분주해진다. 서리가 내리기 전, 햇살이 부드러워질 무렵 황토밭의 농부들은 하나같이 바쁘다. 밤고구마는 9월 초부터, 꿀고구마는 9월 중순부터, 호박고구마는 10월 초부터 차례로 캐낸다. 올해는 유난히 더웠던 탓에 밭은 늦게까지 뜨거워 수확 시기가 다소 늦어졌다. 수확을 끝낸 밭 위로 가을 하늘이 내려앉고, 흙과 햇살의 냄새가 뒤섞인다.영종도 고구마의 맛은 흙에서 시작된다. 황토흙은 수분이 많고 미네랄이 풍부하며, 서해의 해풍이 더해져 껍질이 얇고 단단한 고구마가 자란다. 수확 후에는 큐어링(curing)이라 불리는 숙성 과정을 거친다. 서늘하고 통풍이 좋은 곳에서 1~2주간 보관하면 고구마 속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단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2026. 1. 10. 한 해의 끝에서 꺼낸, 막걸리 한잔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리는 일은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다시 여는 일과 닮아 있다.분명 많은 음식을 먹었는데, 막상 한 줄로 적을 만한 맛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꼭 챙겨 오고 싶은 것들이 생긴다.그것은 물건이라기보다 기억을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한 표식에 가깝다.맛에 대한 기억, 장소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게서 느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의 흔적들을 한 장면씩 가져온다. 몇 주 전, 고흥에서 유자막걸리를 담가 주셨다. 큰 병에 담아 주겠다는 말을 혼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며 사양하고, 작은 병 하나만 받아 왔다. 맛만 보면 된다는 말은 주겠다는 분의 배려였다. 한 해의 끝자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낮부터 공기.. 2025. 12. 31.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