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6

들기름의 고소함이 더욱 풍미가 느껴지는 계절 소복이 밤새 내린 눈이 백운산을 하얗게 덮었다. 설경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밤새 내린 눈을 다시 녹이듯 따뜻한 햇빛이 비춰들며 아침을 연다.들기름을 살짝 발라 구운 김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흰쌀밥을 싸서 한입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아침식사가 된다. 작년에 짰던 들기름이 다 떨어졌다. 들기름이 떨어지니 쌀 농사짓는 집에 쌀이 떨어진 것처럼 초조해진다. 들기름을 가을부터 구했지만 올해는 들기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작년에 이맘때쯤 구입한 들기름으로 일 년 내내 국 끓일때, 나물 무칠때 이런저런 음식에 잘 먹어서 더욱 아쉬워진다. 올해에는 들깨부터 구해서 들기름을 짜기로 했다. 들기름을 짜는 것도 쉽지 않다. 들깨는 수확한 후 살살 씻어 몇 번을 거른 후 그늘에 말린 후 기름으로 짠다. 시중.. 2026. 1. 22.
동해 겨울 묵호항, 새우를 만나다 동해 겨울 묵호항, 새우를 만나다 1월 묵호항에는 아직 푸근한 바람이 분다.선착장에 배가 들어오면 어부들의 손발이 바빠진다. 아침 어스름할 때 묵호항 끝에서는 경매가 시작된다. 대구가 가득 실린 박스들이 한쪽에 몰리며 활기로 넘친다. 경매가 끝난 생선들은 바로 옆 어시장에 내놓아진다. 묵호마을은 조선시대부터 어업이 발달해 풍부한 어획량 덕분에 과거 '오진(烏津)'이라 불렸다. 현재의 묵호(墨湖)라는 지명은 1916년 묵호진동으로 개칭된 후 1998년 통합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지명의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하나는 조선 후기 강릉부사 이유용이 마을의 물과 바다, 물새가 검다는 이유로 묵(墨)자를 써서 묵호라 불렀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인근 발한 마을의 문한에 대항해 먹(墨)과 호수 호(湖).. 2026. 1. 18.
겨울의 밥상의 바다 향, 장봉도 김 겨울의 밥상의 바다 향, 장봉도 김 겨울이면 더욱 맛있는 ‘바다의 쇠고기’으로 불리는 김은 예전에 자월도, 덕적도, 영흥도, 영종도, 장봉도 등에서 김양식을 했다. 특히 영종·용유도 해안가에서 채취해 말려 먹기도 하였으나 1970년대 말, 영종도와 가까운 섬인 장봉도에서 본격적으로 김 양식이 도입되면서 고품질 지주식 김을 맛 볼 수 있게 되었다. 장봉도 김 양식은 10월에 지주를 설치하고, 보통 12월부터 수확을 시작하여 3월 말이나 4월까지 수확 한다. 첫 번째 나온 김은 얇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수확한 김이 조금 두꺼우며 품질이 좋아 2월말부터 나온 김을 먹으면 맛있는 김을 먹을 수 있다. 장봉도는 조선시대 3대 어장중 하나로, 풍부한 어장 덕분으로 김 양식이 잘되는 곳으로 전통적인 지주식 양식방.. 2026. 1. 11.
영종도의 단맛, 고구마 영종도의 단맛, 고구마10월 중순부터 영종도의 황토밭이 수확으로 분주해진다. 서리가 내리기 전, 햇살이 부드러워질 무렵 황토밭의 농부들은 하나같이 바쁘다. 밤고구마는 9월 초부터, 꿀고구마는 9월 중순부터, 호박고구마는 10월 초부터 차례로 캐낸다. 올해는 유난히 더웠던 탓에 밭은 늦게까지 뜨거워 수확 시기가 다소 늦어졌다. 수확을 끝낸 밭 위로 가을 하늘이 내려앉고, 흙과 햇살의 냄새가 뒤섞인다.영종도 고구마의 맛은 흙에서 시작된다. 황토흙은 수분이 많고 미네랄이 풍부하며, 서해의 해풍이 더해져 껍질이 얇고 단단한 고구마가 자란다. 수확 후에는 큐어링(curing)이라 불리는 숙성 과정을 거친다. 서늘하고 통풍이 좋은 곳에서 1~2주간 보관하면 고구마 속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단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2026. 1. 10.
복을 싸먹는 쌈밥 책속의 식탁 쌈밥은 특별한 음식이 아니다.쌈밥은 먹는 방식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한국인은 쌈을 싸서 먹어 왔다.밥과 반찬을 하나로 묶어 한입에 넣는 방식은 음식을 나누고, 욕심을 조절하며, 균형을 맞추 었다. 맛은 이렇게 쌈처럼 한입에서 시작된다.복과 건강을 싸 먹는다. 쌈밥.한국인은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싸서 먹는 민족이다.오죽하면 ‘보따리 민족’ 혹은 ‘쌈 민족’이라고 했을까.조선시대 유학자 이덕무는 『사소설』에서 상추쌈 먹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손으로 싸 먹지 말고, 밥을 숟가락으로 떠 밥그릇 위에 올려놓고상추 몇 잎을 젓가락으로 집어 밥숟갈 위에 있는 밥을 싸서 먹은 다음장을 떠먹어라. 쌈을 한입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하는 것은부인의 행실로 좋은 태도가 아니니.. 2026. 1. 5.
도시 맛복이 한 스푼, 도시의 맛 | 제사와 혼밥 책속의 식탁 도시의 맛은 의식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제사는 '특별한 날의 행사'가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제사의 기본은 밥, 국, 나물이다. 국밥집, 백반집, 구내식당의 상은 제사의 형식은 아니지만, 그 구조는 한국인의 일상적인 밥상과 깊이 닿아 있다. 그래서 도시의 맛은 오래될수록 익숙하면서도, 익숙할수록 다시 낯설어진다. 한국인의 밥상은 주례 제사상 차림과 닮아 있다.설날이나 추석에 차리는 유교식 제사상은 일상의 식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제사상의 기본 구성은 밥, 탕, 나물이며, 여기에 김치가 더해진다.조선 후기 『사례편람』에도 김치는 제사 음식의 한 항목으로 기록되어 있다.설과 추석, 그리고 기일에 차려지는 제사상은 의례 음식이 아니라,살아 있는 사람들이 매일 먹던 밥상과 잔치상이 겹쳐진.. 2026. 1. 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