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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미학

영종도의 단맛, 고구마

by 맛복이 한 스푼, 도시의 맛 2026. 1. 10.

영종도의  단맛, 고구마

10월 중순부터 영종도의 황토밭이 수확으로 분주해진다. 서리가 내리기 전, 햇살이 부드러워질 무렵 황토밭의 농부들은 하나같이 바쁘다. 밤고구마는 9월 초부터, 꿀고구마는 9월 중순부터, 호박고구마는 10월 초부터 차례로 캐낸다. 올해는 유난히 더웠던 탓에 밭은 늦게까지 뜨거워 수확 시기가 다소 늦어졌다. 수확을 끝낸 밭 위로 가을 하늘이 내려앉고, 흙과 햇살의 냄새가 뒤섞인다.

영종도 고구마의 맛은 흙에서 시작된다. 황토흙은 수분이 많고 미네랄이 풍부하며, 서해의 해풍이 더해져 껍질이 얇고 단단한 고구마가 자란다. 수확 후에는 큐어링(curing)이라 불리는 숙성 과정을 거친다. 서늘하고 통풍이 좋은 곳에서 1~2주간 보관하면 고구마 속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단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그렇게 숙성된 영종도 황토고구마는 껍질을 벗기면 샛노란 속살이 드러나고, 한입 베어 물면 꿀처럼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효자 작물, 고구마의 뿌리

고구마는 이름부터 따뜻하다. 조선 영조 때 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조엄(趙曮) 이 대마도에서 들여왔다. 그는 그곳 사람들이 효행저(孝行藷)’라 부르며 고우꼬우이모라 발음하던 작물에 감동했다. 병든 부모에게 먹여 효를 다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이름이었다.

이후 고구마는 조저(趙藷)’, 즉 조엄의 감자라 불리며 조선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덕분에 백성의 배를 채운 구황식물, 그래서 사람들은 고구마를 효자마라 불렀다.

고구마의 또 다른 이야기는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이어진다. 태평양 연안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 시부시(志布志)를 중심으로 한 가고시마현은 일본 최대의 고구마 주산지로, 전국 생산량의 35%를 차지한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국토가 완전히 폐허가 되었을 때, 기아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살린 것이 바로 고구마였다. 그 생명의 작물은 전후 가고시마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현재 가고시마에는 고구마를 원료로 한 본격 소주 양조장이 112개소에 이르며, 1,500종류의 고구마 소주가 생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츠마시마비진(さつま島美人)’은 고구마 풍미를 살린 아마쿠치 타입의 소주로, 깔끔한 맛과 개운한 뒷맛이 특징이다.

관광지뿐 아니라 마을의 작은 가게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고구마로 만든 말린 고구마, , 비스킷 등 다양한 상품은 공항과 면세점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영종도 고구마 음식의 세계

고구마만큼 다채로운 변신을 거듭하는 식재료도 드물다. 조선시대 규합총서에는 감저병(甘藷餠)으로 소개되고, 시의전서에는 고구마를 껍질째 씻어 말린 후 가루로 만들어 찹쌀가루와 섞어 찐 떡이 등장한다. 그 맛은 꿀맛 같다고 표현되어 있다.

영종도에서는 주로 쪄서 간식으로 즐긴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맛있는 것은 역시 군고구마다. 늦은 가을과 겨울, 밤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시원한 동치미 한 그릇을 곁들이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찐 햇고구마를 빻아 송편 소로 넣어 만든 고구마송편은 달콤함과 쫀득한 떡의 식감이 어우러져 부드럽게 입안을 감싼다.

고구마줄기도 또 다른 별미다. 섬에서는 고구마 줄기를 버리지 않고, 끝물 줄기를 말려두었다가 볶거나 무쳐 먹는다. 투박한 생김새와 달리 자꾸 손이 가는 밥도둑 반찬이다. 추운 날씨에도 식탁 위에 두고두고 즐기는 겨울 밑반찬이 된다.

 

건강을 책임지는 황금 뿌리

고구마는 맛만큼이나 영양도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을 비롯해 비타민 C, 비타민 E, 칼륨, 칼슘 등 각종 영양소가 가득 들어 있다. 껍질에도 칼슘 성분이 많아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으면 더욱 좋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변비 예방에 탁월하고, 베타카로틴과 당지질 성분은 항암 작용과 면역력 향상에 기여한다. 높은 칼륨 함량은 체내 나트륨을 배출시켜 혈압 조절을 돕는다.

또한 수지배당체는 콜레스테롤 배출과 장 건강 개선에 효과적이며, 천연 점액질은 점막을 보호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다. 비타민 E 등 항산화 성분은 세포를 보호하고 노화를 억제한다.

 

 

 

 

 

 

고구마로 빚는 섬의 음식

고구마는 다양한 음식으로 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 쪄서 먹기도 하고, 튀겨서 먹으면 바삭한 간식이 되며, 설탕에 졸이면 달콤한 맛탕이 된다. 밥에 넣어 먹는 고구마 밥, 고구마빵, 고구마 샐러드, 그리고 버터와 치즈를 넣어 오븐에 구운 고구마 구이까지, 고구마는 조리법에 따라 무한히 다른 맛으로 태어난다.

고구마는 줄기를 따라 대롱대롱 매달려 자란다. 진짜 고구마는 서로 의지하며 자라는 작물이다. 영종도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왔다. 서해의 거센 바람과 척박한 섬 환경 속에서도 서로 기대며 삶을 이어왔다.

11, 이 계절에 갓 캐낸 고구마를 영종도에서 맛보아야 할 간식이다. 황토밭에서 자란 섬 고구마, 서리 내리기 전 수확한 햇고구마는 달콤하다. 영종도의 고구마로 섬의 흙과 바람이 길러낸 단맛을 담은 디저트와 음료, 그리고 언젠가 영종도만의 고구마 증류주가 탄생한다면섬이 빚어낸 새로운 맛이자, 또 하나의 문화가 될 것이다.


<영종도 고구마 정보>

영종도 농협 032-746-2090

용유도 농협 032-746-3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