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1 한 해의 끝에서 꺼낸, 막걸리 한잔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리는 일은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다시 여는 일과 닮아 있다.분명 많은 음식을 먹었는데, 막상 한 줄로 적을 만한 맛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꼭 챙겨 오고 싶은 것들이 생긴다.그것은 물건이라기보다 기억을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한 표식에 가깝다.맛에 대한 기억, 장소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게서 느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의 흔적들을 한 장면씩 가져온다. 몇 주 전, 고흥에서 유자막걸리를 담가 주셨다. 큰 병에 담아 주겠다는 말을 혼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며 사양하고, 작은 병 하나만 받아 왔다. 맛만 보면 된다는 말은 주겠다는 분의 배려였다. 한 해의 끝자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낮부터 공기.. 2025. 12. 31.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