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맛

동해 겨울 묵호항, 새우를 만나다

맛복이 한 스푼, 도시의 맛 2026. 1. 18. 12:59

 

 

동해 겨울  묵호항, 새우를 만나다

 

 

1월 묵호항에는 아직 푸근한 바람이 분다.

선착장에 배가 들어오면 어부들의 손발이 바빠진다. 아침 어스름할 때 묵호항 끝에서는 경매가 시작된다. 대구가 가득 실린 박스들이 한쪽에 몰리며 활기로 넘친다. 경매가 끝난 생선들은 바로 옆 어시장에 내놓아진다.

 

묵호마을은 조선시대부터 어업이 발달해 풍부한 어획량 덕분에 과거 '오진(烏津)'이라 불렸다. 현재의 묵호(墨湖)라는 지명은 1916년 묵호진동으로 개칭된 후 1998년 통합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지명의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하나는 조선 후기 강릉부사 이유용이 마을의 물과 바다, 물새가 검다는 이유로 묵(墨)자를 써서 묵호라 불렀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인근 발한 마을의 문한에 대항해 먹(墨)과 호수 호(湖)자를 붙여 지었다는 설이다.

묵호항은 1947년 개항한 동해안의 주요 어업기지다. 84년 동안 서민의 삶이 켜켜이 쌓여온 이곳은 묵호 큰시장, 묵호 중앙시장, 동쪽바다 중앙시장으로 이름을 바꿔왔다. 지나던 개도 입에 돈을 물고 다닐 만큼 활기를 띠었고, 어획량은 매일 만선이었다. 어물을 중심으로 제물, 잡화, 과일, 포목 등 없는 것이 없었고, 장칼국수, 생선구이, 분식 등 현지인 맛집은 점심시간이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1963년 묵호등대가 건립되어 해맞이 길에 자리했고, 1980년에는 명주군이었던 묵호읍이 삼척군 부평읍과 합쳐져 동해시가 되었다.

 

 

 

오후가 되자 배에서 가자미와 붉은 새우가 들어온다. 서해에서는 자하젓, 오젓, 육젓, 추젓, 동젓 등 새우젓을 담글 수 있는 해산물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동해에서는 도화새우, 닭새우, 독도새우, 꽃새우, 단새우 같은 붉은 새우를 볼 수 있다.

「본초강목」에는 "우리나라 동해에는 새우와 그것을 소금에 담근 젓이 없고, 소금에 담가 우리나라 전역에 흘러 넘치게 하는 것은 서해의 젓새우이며, 속어로 세하라 하고, 슴슴하게 말린 것을 미하(米鰕)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새우류는 한자로 '새우 하' (鰕) 또는 하(蝦)로 쓰였고, 방언으로 새비, 새오, 새우지, 쇄비 등 불렸으며 오늘날 새우가 표준어이다. 동해에는 도화새우, 북쪽분홍새우, 진흙새우 등 한해성 새우류가 많으며, 특히 한해성 종류는 동해에만 서식한다.

 

주문진항에서는 닭새우, 독도새우, 꽃새우로 분류되어 있어 어판장에서 팔고 있다.

 

 

독도새우는 독도에서 잡히는 총 3종류의 새우로 도화새우, 닭새우, 꽃새우로 나뉜다. 꽃새우는 물렁가시가 붉어 꽃새우로 불리며 가장 달콤한 맛이 강하다. 도화새우는 복숭아꽃 같은 흰점이 특징이며 25cm로 큰 새우다. 닭새우는 닭볏과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껍질이 단단하고 가시가 많아 소금구이나 쪄먹는다.

단새우는 일본에서 아마에비(アマエビ)라 부른다. 국내에서는 '북쪽분홍새우', 일본에선 '홋코쿠아카에비'가 실제 표준명이다. 차가운 바다에서 자라는 심해성 새우로 살이 쫀득하고 육질에서 새우 풍미가 나며 끝맛은 단맛으로 비릿하지 않다. 고소한 알, 내장과 함께 먹으면 녹진한 맛까지 즐길 수 있다. 날것으로 먹는 것이 본연의 풍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으며, 단맛이 강하고 식감이 부드럽다.

어시장에서 머리만 떼어 먹어본 단새우는 바다의 풍미와 새우의 고소함, 알의 톡톡 씹히는 식감과 내장의 녹진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금세 입안에서 사라지며 달달한 맛만 남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큰 대하와는 다른, 작은 새우에서 나오는 풍부한 단맛이 인상적이다.

 

알이 밴 단새우와 일반 단새우

 

단새우는 붉은 색소 성분인 '아스타잔틴'이 많다. 배에서 내려 어시장에 내놓은 새우는 붉은색과 껍질이 광택을 띄고 반질반질하다. 밝은 청록색 알이 있어 가슴 쪽에 청록색이 비친다. 단새우는 수컷으로 태어나 자라면서 암컷으로 바뀌는 '자웅이숙' 생물이다. 한번 알을 품으면 일 년 가까이 알을 품고 있으며 알을 품지 않은 것은 수컷이다. .

 

싱싱한 단새우는 비린내가 없고 탱글해 바로 회로 먹거나 초밥에 올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바로 껍질을 까서 먹으면 회로 먹지만 껍질을 손질하기가 여간 손이 가는 것이 아니다. 단새우는 구워먹고 튀겨먹는 용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남은 새우 머리를 튀겨 굽거나 다양한 음식으로 먹을 수 있다.

 

 

 

 

 

 

전으로 먹을 때는 새우를 물에 헹군 뒤 채친 양파와 밀가루를 섞어 전을 부치면, 양파와 새우만으로도 고소함이 풍부하다. 새우에서 나오는 달콤한 맛을 내는 글리신 함량이 최고조에 이르며 더욱 쫄깃하고 고소해지며, 바싹한 부침의 식감과 어우러져 단새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새우전은 단새우의 오로지 맛을 느끼기 위한 최고의 요리다.

 

겨울 묵호항, 동트는 동해에서 만난 단새우의 달콤함은 차가운 동해 바다에서의 새우을 다시 맛보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