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단오제|대관령에서 신을 모셔 와 남대천에서 함께 노는 천년의 축제
강릉단오제|대관령에서 신을 모셔 와 남대천에서 함께 노는 천년의 축제
해마다 초여름이면 강릉 남대천에 풍물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신에게 술을 빚어 올리고, 대관령에서 신을 모셔 와 굿을 하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수리취떡을 나누어 먹습니다. 천 년을 이어왔다는 강릉단오제입니다.
천 년을 이어온 강릉의 축제
강릉단오제는 2005년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되었고, 국가무형유산(옛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이기도 합니다. 그 뿌리는 깊습니다. 동예의 제천행사 무천, 고려시대 대관령 산신제, 그리고 조선시대 관이 주관하고 백성이 참여한 읍치성황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례와 굿, 탈놀이와 민속놀이가 한데 어우러진 이 축제는 지금도 매년 50만 명 이상이 찾는 우리나라 대표 전통 축제입니다.
강릉단오제의 본 행사는 단오 무렵 8일 동안 남대천에서 열립니다. 하지만 강릉 사람들은 단오제를 음력 4월 5일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축제로 기억합니다. 축제는 술을 빚는 일로 시작합니다. 음력 4월 5일, 시민들이 정성으로 모은 쌀을 바치는 신주미 봉정이 열리고, 제관들이 칠사당에서 신께 올릴 술을 빚습니다. 이 술이 '신주(神酒)'입니다.
대관령에서 신을 모셔 오다
열흘 뒤인 음력 4월 15일, 축제는 대관령으로 올라갑니다. 대관령 산신제와 국사성황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대관령 산신은 김유신 장군입니다. 화랑 시절 대관령에서 무예를 닦은 인연으로 강릉 사람들에게 대관령 산신으로 모셔지고 있습니다. 단오제의 주신은 국사성황신입니다. 국사성황제는 이 국사성황신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모셔 오는 의례로, 강릉단오제의 백미로 꼽힙니다. 먼저 산신에게 국사성황신을 모셔 간다고 알리고, 국사성황신에게 함께 내려가자고 청하는 제를 올립니다.
신이 내려오는 모습도 특별합니다. 무녀와 신목잡이가 국사성황당 뒷산에 올라, 단풍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국사성황신을 맞이합니다. 이렇게 모신 신목을 앞세워 강릉 시내로 내려오고, 국사성황신은 홍제동 국사여성황사에 봉안됩니다.


영신행차, 신과 함께 남대천으로
본 행사는 영신제로 문을 엽니다. 국사여성황사에 모셔 둔 국사성황신과 국사여성황신을 단오장 굿당으로 옮기는 제례입니다.
제례가 끝나면 시민과 관광객 수천 명이 신목 행렬을 앞세우고 국사여성황사에서 단오장 제단까지 걷습니다. 한복을 차려입고 단오등을 든 사람들, 마을별 가장행렬이 그 뒤를 따릅니다. 신을 모시는 길이 곧 축제의 길이 됩니다.




남대천 단오장의 굿과 탈놀이
단오장에 신이 자리를 잡으면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됩니다.
축제 기간 동안 아침마다 굿당에서는 지역 단체장들이 헌관으로 참여하는 조전제를 지내며 풍년과 풍어, 안녕을 빕니다. 굿당에서는 무녀와 악사들이 날마다 굿판을 벌입니다. 강릉단오굿은 국사성황신을 모시고 여러 신을 청하는 대동굿입니다.
단오장의 또 다른 볼거리는 관노가면극입니다. 옛 관아의 노비들이 놀던 탈놀이로, 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펼치는 국내 유일의 무언 가면극입니다.
씨름, 그네, 투호, 줄다리기 같은 민속놀이와 강릉사투리경연대회, 전통주 선발대회, 시조경창대회도 함께 열립니다. 남대천 둔치에는 전국 최대 규모라는 난장이 펼쳐집니다.


단오의 맛, 신주와 수리취떡
단오제는 맛으로도 기억되는 축제입니다. 신에게 올렸던 신주는 축제장에서 사람들과 나누어 마십니다. 단오의 대표 음식인 수리취떡도 맛볼 수 있습니다. 수리취를 넣어 푸른빛이 돌고 특유의 향이 나는 떡으로, 수레바퀴 무늬를 찍어 '차륜병'이라고도 불렀습니다.
단오체험촌에서는 창포 머리감기, 수리취떡 맛보기, 신주 교환, 단오부채 그리기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면 액운을 막는다는 옛 풍습을 지금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에게 먼저 술을 올리고, 그 술과 떡을 다시 사람들이 나누어 먹는 일. 단오제의 밥상은 신과 사람이 함께 앉는 상이었습니다.


송신제, 신을 다시 대관령으로
축제의 마지막 날 저녁에는 송신제가 열립니다. 남대천에 모셨던 성황신들을 다시 대관령으로 돌려보내는 제례입니다. 신목과 단오등을 태우며 한 해의 단오가 마무리됩니다. 신주를 빚으며 시작해 신을 보내며 끝나는 한 달. 강릉단오제는 신을 맞이하고, 함께 놀고, 다시 보내는 하나의 긴 의례입니다.
2026 강릉단오제, '풀리니, 단오다'
올해 강릉단오제는 6월 15일부터 22일까지 8일간 남대천 일원에서 열렸고, 13개 분야 72개 프로그램이 펼쳐졌습니다. 주제는 '풀리니, 단오다'였습니다. 일상의 근심과 액운을 내려놓고 서로의 마음과 관계가 풀리는 축제의 본래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풀린다는 말은 단오제와 잘 어울립니다. 굿은 맺힌 것을 푸는 일이고, 창포물은 묵은 것을 씻어내는 일이며, 함께 먹는 떡과 술은 이웃 사이를 푸는 일입니다.
대관령에서 신을 모셔 오고,
남대천에서 함께 놀고,
신주와 수리취떡을 나누어 먹는 초여름.
강릉단오제는 천 년 동안 한 도시가 함께 차려온 가장 큰 잔칫상이었습니다.


강릉단오제 정보
- 장소: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남대천 단오장 일원 (단오장길 1)
- 시기: 음력 4월 5일 신주빚기부터 단오 무렵까지, 본 행사는 단오 전후 8일간
- 2026년: 6월 15일 ~ 22일, 주제 '풀리니, 단오다'
- 주요 의례: 신주빚기 → 대관령산신제·국사성황제 → 영신제·영신행차 → 조전제·단오굿 → 송신제
- 대표 공연: 강릉단오굿, 관노가면극
- 단오의 맛: 신주, 수리취떡
- 체험: 창포 머리감기, 신주 교환, 단오부채 그리기
- 지정: 국가무형유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05)
- 입장료: 무료
https://www.danojefestival.or.kr/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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